1. 필자가 이전에 기고한 내용중에 상가를 포함한 재건축정비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상가조합원들의 경우 독립정산제로 합의하여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들 사이의 합의형식이 통상 상가의 임의단체를 결성하고, 그 단체에 상가조합원들이 모두 가입하며, 그 상가의 단체와 추진위원회 사이의 합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합의가 적법하게 보장될 수 있는 가라는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데, 이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으므로, 이를 소개하기로 한다.
2. 위 문제와 관하여,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에서는 『①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들 중 상가의 구분소유자들(이하 ‘상가조합원’이라 하고, 이와 대비되는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을 ‘아파트조합원’이라 한다)과 아파트조합원 사이의 이해관계 및 주된 관심사항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①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하여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고 ② 상가조합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이하 ‘상가협의회’라 한다)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조합과 상가협의회 사이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①, ②를 통틀어 소위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이라고 불리고 있다). ① 부분은 조합원별 부담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합의 비용부담’ 및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② 부분은 조합 총회에 상정하여 승인받아야 하는 관리처분계획안 중 상가 부분의 작성을 조합의 이사회가 아니라 상가협의회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므로 ‘조합임원의 권리·의무’, ‘임원의 업무의 분담 및 대행 등’ 및 ‘관리처분계획’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내용은 원칙적으로 조합의 정관에 규정하여야 하는 사항이다.
다만, 이러한 내용을 조합이 채택하기로 결정하는 조합 총회의 결의가 정관 변경의 요건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면 형식적으로 정관이 변경된 것은 아니지만, 총회결의로서 유효하게 성립하였고 정관 변경을 위한 실질적인 의결정족수를 갖췄다면 적어도 조합 내부적으로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은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조합의 총회가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정관 변경은 조합의 총회결의를 통해서 결정된 후 감독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6. 1. 27. 법률 제139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3항], 여기에서 감독청의 인가는 기본행위인 총회결의의 효력을 완성시키는 보충행위일 뿐 정관의 내용 형성은 기본행위인 총회결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②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은 총회의 결의사항이므로, 조합의 총회는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과 재량이 무제한적인 것일 수는 없다. 조합 내부의 규범을 변경하고자 하는 총회결의가 적법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충족하여야 한다. 첫째, 총회결의가 상위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한다. 총회의 절차 및 의결정족수 등에 관하여는 상위법령에서 특별히 정한 바가 없으면 정관으로 정한 바를 따라야 한다[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6. 1. 27. 법률 제139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6항]. 그러나 구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비용부담’이 정관에서 정하여야 하는 사항이고(제20조 제1항 제8호)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0조 제3항), ‘조합의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이 종전 총회결의와 비교하여 볼 때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정관변경 절차는 아니더라도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규정하여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구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 제1항 제8호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둘째, 총회결의의 내용이 상위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일단 내부 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므로, 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한다. 조합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조합 내부 규범의 변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조합과 상가협의회가 합의하는 경우 그 내용을 조합의 정관에 규정하여야 하고, 만약 창립총회에서 정하지 못하여 정관변경을 통해 합의내용을 정하는 경우에는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득하여야 함에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