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을 득하지 못한 추진위원회의 행위에 관하여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남 기 송
관할 관청의 설립승인을 얻기까지 복수의 추진위원회가 존재할 수는 있으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함) 제13조 제1항 및 제2항의 입법경위와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하나의 정비구역안에서 복수의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대한 설립승인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복수의 추진위원회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설립승인을 얻은 취진위원회의 설립행위만이 유효하다고 보아 그 추진위원회의 설립신청에만 인가를 하고, 나머지 추진위원회의 설립인가신청에 대하여는 인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합이 설립되는 경우 승인을 받은 추진위원회는 자신이 행한 업무를 총회에 보고하여야 하며,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하게 되는데(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 제2항 참조), 문제는 조합이 설립된 경우 설립승인을 득하지 못한 추진위원회의 행위의 효력이 조합에도 승계되는가가 문제이다. 이에 관하여 승계를 긍정하는 견해도 있으나, 도시정비법이 재건축조합을 단순한 민법상의 사단이 아닌 공공조합으로 성격을 전환하고 조합의 설립에 인가를 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추진위원회에 대하여 다시 설립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고, 공공사업적 성격을 강화하고 적극적 행정개입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본다면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득하지 못한 추진위원회의 행위는 단순한 무인가행위보다 더욱 그 효력을 제한하여야 할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85조 제4호는 도시정비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이 설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를 계속 운영하는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설립승인을 얻은 추진위원회에 의하여 조합이 설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추진위원회가 추진위원회로서 활동하면서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위 처벌규정이 적용될 것이다.
재개발사업의 경우로서 002동 추진위원회설립과정에서 002동취진위원회가 00회사와 미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바, 002동 추진위원회는 서울시의 00동 뉴타운 개발계획결정으로 구역지정신청이 반려되어 이후 관할 관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을 받지 못하였고, 그 후 001동, 002동을 포함하는 지역이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어 그때까지 각 동별로 진행해 오던 주택재개발사업의 수행이 어려워지자 001동 및 002동의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001동, 002동 지역의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로 구성된 008구역조합설립취진위원회는 관할관청으로부터 설립승인을 받은 이후 창립총회를 거쳐 사업시행예정구역과 면적을 00동 일대로 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데, 00회사가 조합에 대하여 용역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00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002동 추진위원회는 002동의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구성된 008구역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동일한 단체라고 할 수 없으므로 008구역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창립총회와 관할관청의 조합설립인가를 통하여 설립된 조합이 002동추진위원회의 법률상 지위를 포괄승계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바 있다.
위 판결은 여러 면에서 그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바, 추진위원회의 동일성면에서 002동만을 사업구역으로 하는 사업추진을 위한 추진위원회와 001동, 2동을 사업구역으로 하는 추진위원회의 동일성 문제뿐만 아니라 002동 추진위원회가 00회사와 체결한 용역계약의 내용이 과연 설립승인을 얻기도 전에 체결해서 미리 실시하여야 할 업무의 내용인지도 문제가 될 것이다.
무릇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에는 설립승인을 얻기 전에 하여야 할 업무가 있고 설립승인을 얻은 후에 하여야 할 업무가 있는 바, 설립승인을 얻은 후에 하여야 할 업무인데도 설립승인을 얻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은 대체로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많으므로 그 효력의 인정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고, 설립승인 전에 행한 업무와 관련하여 조합이 포괄승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창립총회에서 ‘추진위원회업무 승계(인수)의 건’을 결의하여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