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의 권한과 업무
법률사무소 천지인 변호사 남기송
정비사업조합의 경우 조합장에 관하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함) 제22조 제1항에서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하며, 총회 또는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대의원회의 의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면 조합장은 대외적으로는 조합을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하며, 대내외적으로 업무를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필요적 상설기관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2012. 3. 15. 선고 2011다95779 판결에서 ‘도시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은 법인에 해당하고(도시정비법 제18조 제1항), 위 조합에 관하여는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도시정비법 제27조), 도시정비법 제22조에 따라 조합을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하는 조합장은 도시정비법이나 민법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조합의 사무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도시정비법의 적용을 받는 갑 조합이 시공사로 선정된 을 주식회사와 일반분양 대상 아파트의 처분대금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귀속을 둘러싸고 다툼이 생기자 총회결의 없이 병 법무법인에 소송을 위임하여 약정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후 갑 조합의 조합장 정이 제1심법원에 병 법무법인의 소송행위를 추인하는 의사가 담긴 서면을 제출한 사안'에서,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정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하여 총회결의가 필요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한 위 소송위임행위와 그에 따른 소송행위가 모두 무효라고 하더라도, 정이 조합을 대표하여 소를 제기하는 행위가 도시정비법 및 조합규약에서 총회결의를 거치도록 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리 도시정비법과 민법 등에서 정의 소 제기 등 재판상 행위에 관하여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정은 스스로 조합을 대표하여 시공사를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행위를 적법하게 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이 있는 한 병 법무법인의 소송행위를 유효하게 추인하는 데도 아무런 장애가 없음에도, 이와 달리 위 소송행위를 추인하는 데 총회의 사전결의가 필요하다고 보아 이를 거치지 않고 한 정의 추인행위 효력을 부인하면서 소송대리권 없는 자에 의해 부적법하게 제기되었다며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소송행위 추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원심판결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장은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행위자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통상 가져야 할 주의의 정도를 말하는 것인데, 대법원은 ‘관할관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법인의 임원들은 감독관청의 법률해석을 신뢰하여 그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설사 감독관청의 법률해석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 명령을 거부하거나 적법한 행위로 바꾸어 시행한다는 것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법인의 임원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임원들이 법률해석을 잘못한 감독관청의 명령을 따른 데에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923 판결)
따라서 조합장이 이러한 선관의무를 위반하여 업무집행의 불공정이나 부정행위로 조합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해임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도시정비법 제22조 제4, 5항에서는 ‘조합장 또는 이사의 자기를 위한 조합과의 계약이나 소송에 관하여는 감사가 조합을 대표한다.’, ‘조합임원은 같은 목적의 정비사업을 하는 다른 조합의 임원 또는 직원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조합임원에 대한 직무집행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조합장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 등으로부터 형사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에 조합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가가 문제인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재건축조합 조합장이 조합장 개인을 위하여 자신의 위법행위에 관한 형사사건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은 재건축조합의 업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가 재건축조합의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하고, 위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함에 있어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여도 재건축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을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위 승인은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그러나,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는바, 대법원ᅠ2009.9.10.ᅠ선고ᅠ2009도4987ᅠ판결(업무상배임·업무상횡령)에서는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참조).’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하여 조합장이 조합의 비용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조합의 비용으로 적극적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